GLP-1 열풍 속에서 소외된 알짜 제약주와 바이오텍의 재발견

최근 제약 바이오 산업 관련 뉴스를 접하다 보면 기승전 ‘GLP-1’인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비만 치료제 시장이 워낙 뜨겁다 보니, 이 분야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소식조차도 GLP-1 계열 약물을 언급하지 않고는 넘어가는 법이 없을 정도입니다. 물론 GLP-1이 혁신적인 약물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월가 특유의 쏠림 현상은 경계해야 합니다. 투자자들이 한 가지 이슈에만 지나치게 몰입할 때 주가는 종종 이성을 잃고 비합리적인 수준까지 치솟기 때문입니다. 현재 시장의 관심이 온통 비만 치료제에 쏠려 있는 사이, 우리는 오히려 소외되어 있지만 탄탄한 펀더멘털을 가진 기업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라이 릴리의 고평가 논란과 리스크

현재 제약 업계의 밸류에이션 기준점은 단연 GLP-1 시장의 선두 주자인 일라이 릴리(Eli Lilly)입니다. 마운자로(Mounjaro)와 젭바운드(Zepbound)를 앞세워 시장을 장악한 이 회사의 실적은 분명 놀랍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호실적이 이미 주가에 고스란히, 혹은 과도하게 반영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일라이 릴리의 주가수익비율(PER)은 50배에 육박합니다. 이는 지난 5년 평균치인 53배보다는 아주 조금 낮은 수준이라 해도, 여전히 부담스러울 정도로 높은 수치입니다.

더 우려되는 점은 매출 구조의 편중입니다. 일라이 릴리 매출의 절반 이상이 단 두 개의 GLP-1 약물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 노보 노디스크가 주도하던 시장을 일라이 릴리가 뺏어왔듯이, 제약 업계에서 영원한 1등은 없습니다. 특정 약물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은 그만큼 미래의 불확실성에 취약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특허 만료의 위기와 저평가된 대안들

제약 산업의 핵심은 특허권입니다. 신약 특허가 보장하는 독점 기간 동안 제약사는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지만, 특허가 만료되는 순간 소위 ‘특허 절벽(Patent Cliff)’이라 불리는 수익 감소 구간에 진입하게 됩니다. 모든 제약사가 끊임없이 신약 개발에 매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현재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라이 릴리 외에 머크(Merck)와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ristol Myers Squibb, BMY) 같은 전통의 강자들은 매력적인 저평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머크는 심혈관 질환, 암, 감염성 질환 분야에,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는 심장, 암, 면역 질환 치료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GLP-1 시장에서 일라이 릴리와 직접 경쟁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습니다. 그 결과 밸류에이션 매력도는 훨씬 높아졌습니다. 머크의 PER은 13배로 5년 평균인 21배보다 현저히 낮으며, BMY의 PER 역시 17.5배 수준으로 일라이 릴리에 비해 훨씬 합리적인 가격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배당 투자로서의 매력

배당 측면에서도 두 기업은 훌륭한 선택지가 됩니다. 머크의 배당수익률은 3.4%, BMY는 4.7%에 달합니다. 0.6%에 불과한 일라이 릴리의 배당률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습니다. 다만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배당 성향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BMY의 배당 성향이 85%에 육박하는 반면, 머크는 약 45% 수준으로 보다 안정적인 배당 여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월가가 특정 테마에 열광하는 동안에도 이들 거대 제약사는 장기적인 생존과 번영의 노하우를 증명해 왔다는 사실입니다. 군중심리에 휩쓸려 고평가된 주식을 추격 매수하기보다, 잠시 눈을 돌려 저평가된 우량주를 살펴보는 역발상 투자가 필요한 시점일 수 있습니다.

바이오텍의 성장주, 아이오니스 파마슈티컬스

한편, 전통적인 제약사를 넘어 바이오텍 분야에서도 흥미로운 움직임이 포착됩니다. 아이오니스 파마슈티컬스(Ionis Pharmaceuticals)는 최근 1년 사이 주가가 127% 넘게 급등하며 강력한 모멘텀을 보여주었습니다. 최근 주가가 다소 조정을 받으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장기적인 상승 추세는 여전히 견고해 보입니다. 현재 주가는 애널리스트들의 목표가 평균을 밑돌고 있어, 고성장 바이오텍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저평가 영역에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아이오니스의 현재 주가는 약 78달러 선인 반면, 내재 가치(Narrative Fair Value)는 86달러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는 시장이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 로드맵을 주가에 아직 완전히 반영하지 못했음을 의미합니다. 물론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립니다. 낙관적인 시각에서는 목표가를 96달러까지 제시하지만, 보수적인 시각에서는 43달러까지 낮게 보기도 합니다. 이러한 격차는 미래 수익 성장과 신약 파이프라인의 성공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기인합니다.

투자 리스크와 신중한 접근

아이오니스의 긍정적인 전망은 빠른 매출 성장과 마진 개선, 그리고 고성장 기업에 부여되는 높은 멀티플에 근거합니다. 하지만 리스크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주요 신약의 승인이 지연되거나 약가 협상에서 불리한 결과를 얻을 경우, 기대했던 매출 폭발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밸류에이션 지표를 냉정하게 살펴보면, 아이오니스의 주가매출비율(PSR)은 13.2배로 미국 바이오텍 섹터 평균인 12.1배보다 높습니다. 적정 비율로 여겨지는 4.7배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기에, 시장 심리가 냉각될 경우 주가 하락의 위험도 상존합니다.

결국 투자의 핵심은 균형 잡힌 시각입니다. GLP-1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저평가된 전통 제약사를 담을 것인지, 아니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높은 잠재력을 가진 바이오텍의 성장성에 베팅할 것인지 신중한 판단이 요구됩니다. 본 분석은 과거 데이터와 애널리스트의 예측을 바탕으로 한 참고 자료일 뿐이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나 매도 추천이 아님을 밝힙니다. 투자에 대한 최종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으며, 개개인의 재무 상황에 맞는 현명한 의사결정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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