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풍(女風)이 휩쓴 북미 극장가와 진화한 공포의 귀환
에머랄드 펜넬 감독의 파격적인 재해석이 돋보이는 영화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이 북미 박스오피스를 장악했다. 워너브라더스의 배급으로 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 첫 주말 3일 동안 3,480만 달러(한화 약 460억 원)의 티켓 판매고를 올리며 올해 최고 오프닝 기록을 갈아치웠다. 스튜디오 추산에 따르면 ‘프레지던트 데이’ 연휴인 월요일까지 포함할 경우 총수익은 4,000만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폭풍의 언덕’ 흥행 돌풍과 박스오피스 현황
이번 흥행의 주역은 단연 여성 관객이었다. 출구 조사인 포스트트랙(PostTrak)에 따르면 티켓 구매자의 약 76%가 여성이었으며, 밸런타인데이였던 지난 토요일 하루에만 1,4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마고 로비와 제이콥 엘로디가 주연을 맡아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이 로맨틱 드라마는 비평가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며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63%를 기록했으나, 관객들의 발길을 막지는 못했다. 이는 넷플릭스와의 경쟁 속에서 파라마운트의 적대적 인수 합병 제안으로 거취가 불분명한 워너브라더스에게 9번째 연속 오프닝 1위를 안겨준 값진 성과다.
한편, NBA 스타 스테판 커리가 제작에 참여한 소니의 애니메이션 ‘GOAT’는 2,600만 달러로 2위를 차지하며 2023년 ‘엘리멘탈’ 이후 애니메이션 최고 오프닝 기록을 세웠다. 아마존 MGM 스튜디오의 스릴러 ‘크라임 101’은 크리스 헴스워스와 마크 러팔로라는 화려한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제작비 회수까지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는 ‘아바타: 불과 재’와 ‘주토피아 2’의 장기 흥행에 힘입어 2026년 들어 처음으로 글로벌 수익 10억 달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다소 침체되었던 1분기 극장가는 ‘스크림 7’과 ‘프로젝트 헤일메리’ 등의 개봉을 앞두고 활기를 되찾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28년 후’ 대니 보일 감독이 예고한 진화
북미 시장이 로맨스로 달아올랐다면, 한국 극장가는 진화된 공포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좀비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28일 후’의 대니 보일 감독이 신작 ‘28년 후’의 19일 한국 개봉을 앞두고 화상 인터뷰를 통해 기대감을 높였다. 보일 감독은 이번 작품이 단순한 속편이 아님을 강조하며, 전작의 시나리오 작가 알렉스 갈랜드와 다시 한번 의기투합해 더욱 확장된 세계관을 선보인다.
보일 감독은 “28년이라는 시간은 감염자들도 변할 수 있는 긴 시간”이라며 이번 영화의 핵심 키워드로 ‘바이러스의 진화’를 꼽았다. 그는 “1편에서는 빠르고 공격적인 모습만 있었다면, 이번에는 4가지 유형으로 진화해 더 위험해진 감염자들을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생존을 위해 벌레를 먹으며 기어 다니거나, 조직적으로 사냥을 하고, ‘알파’라 불리는 강력한 리더가 등장하는 설정은 관객들에게 다양한 스릴러적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이러한 설정은 코로나 팬데믹 당시 텅 빈 런던 거리와 브렉시트로 인한 영국의 고립 등 현실적인 상황에서 영감을 받았다.
아이폰으로 담아낸 독창적 비주얼과 3부작의 미래
이번 영화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촬영 방식이다. 제작진은 문명을 등지고 원시적인 삶을 사는 생존자들을 담기 위해 영국 북동부의 자연림에서 촬영을 진행했는데,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거대한 장비 대신 아이폰을 선택했다. 보일 감독은 “스마트폰 카메라로도 2.76:1 와이드스크린과 4K 수준의 화질 구현이 가능했다”며 “아이폰 20대를 고정해 180도 동시 촬영을 진행함으로써 비주얼적으로 독창적인 표현이 가능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과거 1편의 거친 홈비디오 질감과는 차원이 다른 영상미를 예고한 셈이다.
‘28년 후’는 총 3부작으로 기획된 프랜차이즈의 시작이다. 니아 다코스타 감독이 연출한 2부 ‘28년 후: 뼈의 사원’은 이미 촬영을 마치고 내년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1편의 주역이자 이번 시리즈의 총괄 프로듀서인 킬리언 머피가 2부 마지막 장면에 등장해 3부로 이어지는 가교 역할을 할 예정이다. 보일 감독은 마지막 3편이 “킬리언 머피를 위한 영화가 될 것”이라고 귀띔하며 팬들의 기대를 고조시켰다. 그는 영화가 주는 스릴을 넘어, 고립된 상황 속에서도 결국 연결되어 있는 인간의 운명과 인간성을 지탱하는 힘에 대해 관객들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