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률 낮으면 표절이 아닐까?…검증 프로그램의 맹점 드러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장녀가 지난해 12월, 전기전자공학자협회 주최의 온라인 콘퍼런스에 제출한 5페이지 분량의 기고문이 표절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제목은 ‘건강관리 향상을 위한 고급 컴퓨터 기술의 적용’이었으며, 최근 이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해당 의혹에 대해 한 후보자는 “국내 표절 검사 프로그램인 ‘카피킬러’로 확인해본 결과, 표절률이 약 4%로 낮게 나왔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표절 검증 프로그램의 결과가 표절 여부를 판단하는 객관적 기준으로 인용되는 현실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정말로 신뢰할 수 있는 검증 도구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카피킬러’는 문장을 그대로 베꼈거나, 출처를 명시하지 않은 채 여섯 어절 이상 연속적으로 일치하는 부분이 있는 경우를 표절로 간주합니다. 전체 문장의 20% 이상이 이 조건에 해당하면 해당 글 전체가 표절로 판단됩니다.

그렇다면 실제 판정의 정확도는 어떨까요? 한 장관 후보자의 딸이 제출한 기고문과 유사한 주제를 다룬 다른 에세이가 3년 전 한 웹사이트에 공개된 바 있습니다. 이 두 문서는 결론과 본론의 내용은 차이를 보였지만, 개요와 도입부, 즉 전체 5페이지 중 약 2페이지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표현이 반복됐습니다.

단어 몇 개를 바꾸거나 배열 순서를 살짝 조정한 문장들이 다수 발견됐지만, 표절 검사 프로그램에서는 이처럼 겉보기에는 다른 구조로 보이는 문장들을 표절로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해석해보면, 내용은 사실상 동일합니다.

이에 대해 뉴스 제작팀 <알고보니>는 별도의 실험도 진행했습니다. 과거 작성된 기사에서 ‘여가부’를 ‘여성가족부’로, ‘혼란스럽다’를 ‘헷갈리다’로 바꾸고, 문장 구조를 일부 조정한 후 표절 검사에 돌려본 결과, 표절률은 놀랍게도 0%로 나타났습니다. 내용은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기계적인 기준에 따라 표절이 아닌 것으로 간주된 것입니다.

이러한 맹점을 악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일부 웹사이트에서는 표절 검증을 회피하는 요령을 정리한 문서를 유료로 판매하고 있으며, 문장을 다듬어 표절률을 인위적으로 낮춰주는 서비스도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습니다. 표절률을 7% 이하로 낮추는 데에는 한 장당 2만 5천 원, 3% 이하로 맞출 경우에는 3만 원까지 책정되는 등, 표절률이 낮을수록 비용도 상승하는 구조입니다.

전문가들은 단어만 바꾸거나 문장 구조를 살짝 조정하는 ‘말 바꿔쓰기 표절’ 또한 명백한 표절 행위로 분류된다고 지적합니다. 서울대학교 윤리지침에도 “단어를 첨삭하거나 동의어로 바꿔 조합하여 자신의 연구 성과인 것처럼 사용하는 행위”를 표절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이러한 변형된 표절을 감지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지만, 아직까지 완벽한 시스템은 구축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결국 표절 검증 프로그램의 수치에만 의존하는 방식은 문제의 본질을 흐릴 수 있으며, 연구 윤리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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