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간 혜성 3I/ATLAS의 기원,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최근 과학계의 이목이 성간 혜성 3I/ATLAS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강력한 망원경을 통한 사진 촬영뿐만 아니라, 그 기원을 밝히기 위한 심도 깊은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가이아(GAIA) 데이터, 혜성의 과거를 추적하다
스페인과 스웨덴 공동 연구팀은 혜성의 기원을 추적하기 위해 유럽우주국(ESA)의 가이아(GAIA) 탐사선 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2013년에 발사되어 올해 1월 임무를 종료한 가이아는 우리 은하 내 수많은 별의 위치, 밝기, 시차, 고유 운동, 반지름, 시선 속도 등 초정밀 천문 측정 데이터를 축적해왔습니다. 연구팀은 이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혜성의 과거 궤적을 역추적하는 시뮬레이션을 수행했습니다. 혜성이 여정 중에 다른 항성과 근접 조우하며 궤도가 변경되었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1,000만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여정
연구팀의 시뮬레이션은 수십, 수백 년이 아닌 무려 1,000만 년 전의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3I/ATLAS 혜성이 약 2파섹(6.5광년) 이내로 근접했던 항성들을 찾아냈습니다. 그 결과, 총 93번의 항성 조우를 계산해냈으며, 이 중 62번은 신뢰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조우했던 모든 별이 주계열성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항성 목록 자체가 주계열성에 편중되어 있기 때문일 수 있으며, 이론적으로 더 큰 궤도 교란을 일으킬 수 있는 백색왜성이나 중성자별과의 조우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궤도를 바꾸지 못한 결정적 만남
분석 결과, 가장 의미 있는 근접 조우는 약 72,000년 전에 일어났습니다. 당시 혜성은 태양 질량의 70% 수준인 ‘HD 187760’ 항성과 가장 가까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 별은 현재 태양으로부터 약 84광년 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만남조차 혜성의 속도와 궤도에 아주 미미한 변화를 주었을 뿐이었습니다. 연구팀은 “이 작은 교란은 성간 혜성이 최소 474만 년 전까지는 알려진 항성의 운동학적 영향을 받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밝혔습니다. 즉, 가이아 데이터에 기록된 항성들과의 만남만으로는 혜성의 현재 궤적을 설명할 수 없으며, 그 기원 또한 파악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 것입니다.
미래 연구를 위한 초석
비록 이번 연구가 3I/ATLAS 혜성의 고향을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그 연구 방법론은 앞으로 발견될 다른 성간 천체 연구에 중요한 초석이 될 것입니다. 특히 베라 루빈 천문대와 같은 차세대 관측 시설이 가동되면 더 많은 성간 천체가 발견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전문가들은 연간 수 개에서 많게는 15개까지 새로운 성간 천체를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천체들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는 은하 내 물질이 어떻게 퍼져나가는지에 대한 이해를 한층 높여줄 것입니다.
참고로, 이번 연구에서 가장 주목받은 항성 HD 187760은 궁수자리에 위치한 별이며, 가이아 DR3 목록에서는 ‘6863591389529611264’라는 긴 식별 번호로 등록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