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모조의 씁쓸한 해체와 코트 위 투혼: 이다영의 미국 무대 그 이후
학교폭력 논란으로 V리그에서 설 자리를 잃고 쫓기듯 유럽으로 향했던 세터 이다영의 유랑은 미국으로 이어졌다. 그리스 PAOK를 시작으로 루마니아, 프랑스 리그를 거친 그녀는 올해 초, 미국여자프로배구(MLV) 샌디에이고 모조에 합류하며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했다. 창단 첫 시즌을 리그 3위로 마무리하며 준수한 출발을 알렸던 샌디에이고는 V리그 베스트 세터상 3회 수상에 빛나는 이다영의 합류를 적극적으로 반겼다. 타이브 하니프-박 수석 코치는 그녀의 창의적인 볼 배급과 빠른 템포가 팀의 챔피언십 도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고, 이다영 역시 높은 수준의 리그에서 팀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장밋빛 청사진과 달리 샌디에이고 모조의 끝은 다소 허무하게, 그리고 예견된 수순으로 찾아왔다. 구단 운영 중단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발표가 있은 지 불과 9일 만인 지난 목요일, 텍사스주 프리스코에서 열린 댈러스 펄스와의 준결승전은 이 팀의 마지막 무대가 되고 말았다. 창단 첫 시즌을 맞아 한껏 달아오른 신생팀 댈러스가 승리의 축배를 드는 동안, 3년 차 샌디에이고는 세트 스코어 1-3(30-28, 18-25, 17-25, 10-25)으로 패배하며 코트 위에서 씁쓸한 작별을 고해야 했다.
벼랑 끝에 몰린 구단의 상황 속에서도 마지막 시즌 선수단이 보여준 투지는 눈물겨웠다. 개막 직후 1승 6패라는 참담한 성적으로 바닥을 쳤지만, 이후 20경기에서 14승을 쓸어 담으며 기어코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냈다. 미들 블로커 테일러 샌드보스는 구단 해체라는 무거운 압박감 속에서 치른 후반기를 두고 “가파른 언덕을 쉼 없이 기어오르는 기분”이었다고 회고했다. 알리샤 칠드리스 감독이 라커룸에 심어준 ‘그래서 어쩔 건데(And what)’라는 끈질긴 마인드셋은 훌륭한 각성제가 되었다. 세터 말리 몬세레즈 역시 아침마다 ‘보글(Boggle)’ 게임을 하며 서로에게 고함을 칠 정도로 승부욕이 넘쳤던 선수단의 분위기를 전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동료들과 코치진에게 공을 돌렸다.
마지막 경기가 된 댈러스전에서도 이들의 저력은 번뜩였다. 첫 세트 초반의 열세를 뒤집고 듀스 혈투 끝에 30-28로 기선을 제압할 때만 해도 기적이 일어나는 듯했다. 그레이스 로버그가 14득점 10디그로 더블더블을 기록하며 맹활약했고, 자신의 커리어 은퇴 무대를 치른 베테랑 조바나 브라코세비치 역시 13득점을 올리며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마야 타브론과 샌드보스도 공수 양면에서 몸을 던졌지만, 2세트 초반 댈러스에게 내준 6연속 실점이 뼈아팠다. 한 번 넘어간 흐름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고, 결국 4세트를 10-25로 무기력하게 내주며 짐을 싸야 했다.
비록 팀은 해체 수순을 밟게 되었지만, 코트 위에서 쏟아낸 땀방울마저 지워진 것은 아니다. 마린 그로트는 블로킹과 서브 에이스에서 커리어 하이를 찍으며 퍼스트 팀에 이름을 올렸고, 수비의 핵심이었던 리베로 샤라 베네가스 역시 구단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세컨드 팀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샌디에이고 모조에게 과연 내일이 있을까. MLV 사무국은 “모조를 이끌어갈 새로운 투자자를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실낱같은 여지를 남겨두었다. 밑바닥에서 시작해 챔피언을 향해 돌진했던 이들의 언더독 스토리가 이대로 완전히 마침표를 찍을지, 아니면 기적적인 기사회생으로 이다영을 비롯한 선수들이 다시 한번 같은 유니폼을 입고 코트에 설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로 남아있다.